[독후감] 대화란 무엇인가

성연 박
대화란 무엇인가 에세이 데이비드 봄이 말하는 ‘대화’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대화와는 다르다. 그에게 대화는 의견을 교환하거나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생각(thought)을 함께 관찰하고 탐구하는 집단적 과정이다. 우리가 보통 대화라고 부르는 대부분의 상황이 사실은 토론이나 논쟁에 가깝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방어하거나 상대를 설득하려 하고, 그 결과 생각은 더 단단해지고 분리된다. 반면 봄의 대화에서는 판단과 반응을 잠시 유보(suspension) 하고, 각자가 가진 생각과 감정, 전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어떤 생각들이 우리 사이에서 작동하고 있는가를 함께 바라보는 것이다. 대화는 개인의 사고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 형성된 공유된 의미의 장(field of meaning) 을 변화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이러한 대화가 반복될 때, 집단은 갈등을 넘어 더 넓은 이해와 창의성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본다. 대화는 기술이 아니라 태도이며, 통제보다 신뢰, 결론보다 탐구를 선택하는 과정이다. 문제는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흐름’에 있다. 우리는 종종 대화가 잘되지 않을 때 상대의 태도나 성격을 탓하지만, 봄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붙잡고 있는 생각과 신념이 대화를 막고 갈등을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특히 ‘판단을 유보한다’는 개념은 쉽지 않지만 인상적이었다.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즉각적으로 옳고 그름을 정하지 않은 채 자신의 반응을 바라보는 태도라는 점에서 대화는 매우 능동적인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해답을 상대를 바꾸는 데서가 아니라 함께 생각을 바라보는 방식의 전환에서 찾는다. 결국 봄이 말하는 대화는 사람 사이의 기술이 아니라, 함께 존재하고 함께 생각하는 법에 대한 연습에 가깝다. 나는 금산에 와서, 간디학교의 공동체 문화 속에서 다양한 경험과 실수를 반복했지만, 위에서 말하는 판단을 유보하고, 듣는 연습은 끊임없이 해왔던 것 같다.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불안한 학부모들과의 끊임없는 소통, 교사들과의 의견, 이견 교환과 판단의 과정에서 언제나 그랬다. 쉽게 말해서 일단 끝까지 듣고, 듣는 중간이라도 판단이 올라오지 않도록 마음을 들여다보고 내려놓고, 조언과 이견을 나의 비난으로 받아들이지 않고(화내지 않고) 나의 책임과 권한을 분리하는 것 등 그야말로 지긋지긋한 트레이닝의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젊었던 패기와 열정이 이제는 나이와 연륜으로 조금 변화하면서 좀더 여유로운 대화가 가능해진 것 같다. 그래서 ‘너랑은 소통이 된다’ 는 말이 참 듣기 좋다. 하지만 이또한 언제나, 어디서나 용맹정진할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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