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대상 2호 일

레드캡2기 제나
하늘이 도와주는 그 순간까지 간절한 몰입, 단순한 집중, 필사적인 전념 등은 고전적인 해결책이고 틀림이 없는 정도이겠으나 큰 감동은 없었고 도리어 진부하기까지 했다. 경영자들이 노동자에게 원하는 정신교육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장에서 노동자건 경영자건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잘 정리했다고 인정되었다. 열심히 일하다보면 인간의 가장 추한 번뇌인 욕망, 분노, 어리석음을 억제하거나 해독할 수 있다는 대목은 감동적일 정도로 공감이 되었다. 인간관계에서 큰 상처를 받거나 땅을 산 사촌이 생기기라도 한듯 내 위치가 초라해보이는 날 나는 리서치 범주를 철야해야 할 정도로 넓히고 파들었고, 기획서를 더 새심하게 다듬으며 무아지경 근처까지 갔다오면 굵은 땀을 흘리며 등산을 하고 온 것처럼 정화되는 기분이 들었던 여러 순간들이 기억났다. 나는 서비스업이었기에 제품을 끌어안을 수는 없었지만 24시간 프로젝트가 머릿속을 돌아다닐 정도로 일에 파묻혔기에 문자 그대로 나를 태우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이 가지 않는 프로젝트에는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고 기계적으로 마감기간에 숙제제출하듯 처리했던 걸 보면 일도 애정만큼 성과를 내므로 뜨거운 애정까지는 아니어도 적당한 우정정도는 필요한 것 같다. 애정도 오랜 세월 지나면 우정이 되지 않는가. 직원을 믿어서였다기 보다는 혼자 할 여력이 더이상 남아있지 않아서 전 직원을 PM(프로젝트 매니저)화 했는데 우려했던 것보다 그 이상으로 잘해내는 것을 보며 혼자보다 같이 하는 일이 더 즐겁고 성과도 크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대목마다 그간 나의 일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되돌아보고 나만의 생각도 정리를 하게 되었다. 성공적인 자기계발서로 꼽히는 책이지만 나에게는 회고록에 가까운 느낌으로 다가왔고 그만큼 고향에 다녀온 기분, 오랜 친구와 대화한 느낌이었다. 아, 나는 일을 참 좋아했구나. 다만 지치지 않도록 하는 나의 속도계를 잃어버렸던 거였어. 인생과 일은 능력, 열의, 사고방식을 곱하는 것이라는 인생방정식 긍정적으로 남과 나누며 성실하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을 하라는 교훈 이 책이 주는 두 줄의 선물을 한 손에 들고 또 다른 손에는 나의 속도계를 쥐고 가다 보면 일과 함께 등산이 아닌 성지순례길 같은 먼 길을 여행하듯 즐길 수 있으리라.

댓글 0

로그인하면 댓글을 남길 수 있어요.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