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에세이 마을의 진화를 읽고

허경진
마을의 진화를 읽고 마을학교 공동체를 지향하며 세워진 별무리학교에서 교사로 일한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별무리학교가 지속 가능한 학교로서 마을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왔고, 학생들과 함께 다양한 지역 기반 프로젝트도 진행해 왔다. 하지만 늘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 학생들의 배움뿐만 아니라 실제 마을의 성장과 지속 가능성까지 만들어 갈 수 있는, 좀 더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알게 된 것이 바로 일본의 지역 재생 개발 모델로 유명한 ‘가미야마’였다. 이 마을의의 사례를 책으로 정리한 것이 간디세이지의 『마을의 진화』다. 사실 이 책은 작년에 처음 읽고 고3 아이들과 함께 가미야마를 직접 다녀오는 기회로 이어졌다. 그 경험이 정말 깊은 인상을 남겼고, 최근 팀코칭 과정을 들으며 이 책이 추천도서 목록에 있는 걸 보고 다시 한 번 읽게 되었다. 이번에는 그 내용을 정리해 북에세이로 남겨보려고 한다. 이 책의 1장에서는 가미야마라는 마을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지금의 모습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설명해 준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이 변화가 관공서나 시민운동가가 아니라, 고향으로 돌아와 건설사를 운영하던 한 사람, 바로 오오미나미의 꿈과 작은 시도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그린밸리’라는 비영리 단체를 통해 마을 변화의 첫걸음을 내딛었고,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떻게 마을의 진화가 시작되었는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오오미나미가 만든 ‘창조적 과소(過疎)’라는 개념이다. 이는 지역 인구 감소라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단순히 인구 수를 늘리는 데 집착하지 않고, 마을의 ‘내용’을 바꾸는 데 집중하자는 통찰이 담겨 있다. 2장에서는 가미야마가 ‘첨단 과소화 마을’이라고 불리게 된 이유, 즉 IT 기업을 중심으로 한 위성사무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작은 시골 마을인 이곳에 무려 16개의 위성사무실을 운영 중인 기업들이 있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 가미야마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어떻게 기업 직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는지, 또 앞서 구축해둔 광통신망이 기업들의 원격 업무에 어떤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자연환경이나 IT 인프라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로 ‘따뜻함’, 즉 외지인을 향한 마을 사람들의 포용과 환대가 이 기업들의 결정을 이끌어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3장은 기업외에도 많은 이주민들이 어떻게 가미야마를 선택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해 준다. 일과 휴식이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새로운 세대의 삶의 방식을 구현할 수 있는 곳이라는 매력이 필요하다는 일에 동의하면서 경제적자립을 위한 일의 시간과 삶의 만족을 줄수 있는 휴식의 적절한 조화가 무엇인지를 고민해 보게 되었다. 또한 청년들이 이곳에서 활동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조직한 가미야마 주쿠라는 직업교육과 이를 활용한 한번 시도해 볼 수 있는 실험의 장을 만들어 준것 또한 별무리마을에 적용해 보고 싶은 시도중에 하나이다. 또한 이를 위해 마을과 청년들을 이어주기 위해 노력들도 중요한 요소중에 하나라는것이 이야기 하고 있다. 4장, 5장에서는 창조적인 변화를 시도한 NPO '그린밸리'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관)도 함께 지역 재생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미래 전략을 세워가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고 이 전략을 현실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민관연대 실행기관인 가미야마 연대공사에 대해 일야기 하고 있다. 형식적으로 소수의 전문가에게만 맡기는 방식이 아니라, 주민 모두가 이 일을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도록 유도하며, ‘도가니’라는 이름의 회의 기구를 만들어 전략을 함께 수립해 나간 것이 인상 깊었다. 이 과정을 통해 다양한 지역 재생 전략이 수립되었고, 심지어는 안정적인 공무원 직장을 그만두고, 이 일에 전념하기 위해 새롭게 만든 법인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가미야마의 지역재생 모델 중 하나인 ‘푸드허브’를 중심으로 한 농업과 먹거리 사업이다. 예전에 학생들과 함께 가미야마를 방문했을 때, 푸드허브 강의를 들으며 ‘이런 모델을 우리 마을에도 적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6장에서는 4장에서 언급했던 ‘푸드허브’ 법인이 중심이 되어 시작한 농업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지역에서 생산된 식자재를 최대한 활용해 자급자족률을 높이고, 이를 통해 지역 농업을 되살린 사례를 소개한다. 또한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교육 활동과 함께, 직접 운영하는 식당 ‘가마야’, 그리고 베이커리 ‘가마빵’을 통해 지역 재료로 특색 있고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가미야마를 방문했을 때 푸드허브 대표에게 들었던 학교 급식과의 연계 방안, 그리고 식자재 자급자족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다시 떠올랐다. 그때 느꼈던 인상과 고민들이, 지금 다시금 의미 있게 다가온다. 7장에서는 ‘오노지 공동주택’ 이야기를 통해 커뮤니티의 중요성과, 그 커뮤니티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용 공간의 필요성, 그리고 이를 어떻게 함께 만들어 갈 수 있을지를 다루고 있다. 특히 공동주택을 짓는 과정에서 지역 목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인상 깊었고, 그와 더불어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 고등학교와 주민들이 함께 참여한 ‘도토리 프로젝트’ 이야기도 매우 흥미로웠다. 이 프로젝트는 묘목을 함께 키우는 과정 속에서 지역 자원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세대 간의 협력을 유도하며 공동체의 가치를 실현해 나가는 좋은 예라고 느껴졌다. 8장에서는 지역의 미래를 위한 교육의 변화를 중심으로, 농업학교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그리고 그곳에서 진행 중인 다양한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9장에서는 지금의 가미야마가 왜 성공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핵심 요인들을 정리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가미야마를 직접 방문하며 보고 듣고 느꼈던 경험들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금 내가 속한 별무리마을의 변화와 시도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 소개된 다양한 시도들이 우리 마을과 학교에도 깊은 영감을 주었고, 앞으로는 이를 바탕으로 우리만의 지역 모델을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분명해졌다.

댓글 0

로그인하면 댓글을 남길 수 있어요.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