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 이리사르·맥레오드 『몬드라곤은 어떻게 두 마리 토끼를 잡았나』 독서 에세이(by 조코)

박한배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 이리사르·맥레오드 『몬드라곤은 어떻게 두 마리 토끼를 잡았나』 독서 에세이 최근 기업가 정신 연수를 들으며 중요한 화두를 만났다. 기업가 정신이란 끊임없는 자기혁신을 통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것이라는 정의였다. 연수 내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것은 스페인의 몬드라곤(Mondragon)이었고, 그리고 우리 별무리고등학교였다. 그렇게 이 책, 『몬드라곤은 어떻게 두 마리 토끼를 잡았나』를 다시 펼치게 되었다. 이것은 단순한 지적 호기심이 아니었다. 별무리라는 학교 공동체에서, 그리고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금산이라는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인가에 대한 절박한 질문이었다. 교육적 가치(사회적 가치)와 경영적 지속가능성(경제적 가치), 공동체성과 효율성, 나눔과 성과. 이 대립해 보이는 가치들을 어떻게 한 바구니에 담을 수 있을까? 몬드라곤은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7만 명의 노동자와 250여 개의 조직을 통해 이것이 '이론'이 아닌 '현실'임을 증명해온 가장 강력한 모델이다. 1. 호세 마리아 신부의 15년: 사람을 키우는 '기다림의 리더십' 책을 읽으며 내 마음을 가장 깊게 파고든 것은 몬드라곤의 창설자, 호세 마리아 아리스멘디아리에타 신부의 삶이었다. 1941년, 내전으로 황폐해진 산골 마을 몬드라곤에 부임한 26세의 젊은 신부는 무엇을 보았을까? 그는 화려한 설교가가 아니었다. 오히려 주민들로부터 냉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묵묵히 15년 동안 청소년 교육에 매달렸다. 기술학교를 세우고 2,000여 개의 공부 모임을 조직하며 철학과 신학, 사회학을 가르쳤다. 그에게 협동조합은 목적이 아니었다. 그는 "협동조합은 경제적 수단을 활용한 교육 운동"이라고 단언했다. 조합은 인간의 존엄을 회복하고 참여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일 뿐, 본질은 결국 '사람'이었다. 1956년 첫 협동조합 '울고르'를 세우기까지 그는 무려 15년을 준비했다. 사람을 키우고 신뢰를 쌓으며 철학을 공유하는 데 보낸 그 인고의 시간 말이다. 이 지점은 내게 뼈아픈 성찰로 다가왔다. 나는 그동안 무엇에 투자해왔는가? 시스템의 정교함인가, 사람의 깊이인가? 당장 이번 학기의 성과와 문제 해결에 급급해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사람 농사'를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가? 호세 마리아 신부의 리더십은 나에게 묻는다. "당신은 단기 성과를 쫓는 관리자인가, 아니면 미래를 일구는 교육자인가?" 2. 32가지 성공 요인: '선한 의도'를 뒷받침하는 '치열한 제도화' 몬드라곤의 성공은 단순히 아름다운 가치에만 있지 않았다. 유럽품질경영재단(EFQM)의 지표를 바탕으로 도출된 '32가지 성공 요인'은 실로 경이로울 정도로 치밀했다. '자본 참여'라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그들은 출자금 제도, 1인 1표 원칙, 급여 차등 제한(1:6 이내), 개인 자본 계좌 등 정교한 장치를 고안했다. 연대를 위해 노동인민금고와 사회보장 협동조합을 만들고, 위기 시 노동자를 재배치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50년 넘게 해고 없는 경영을 이어온 비결은 막연한 동정심이 아니라 치열한 연구와 구체적인 제도화에 있었다. 별무리는 어떠한가? 우리는 '제자도, 공동체, 소명, 샬롬'이라는 고귀한 가치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별무리판 32가지 성공 요인'이 우리에게는 있는가?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보상 체계와 의사결정 시스템, 소명을 발견하게 하는 정교한 단계별 프로그램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고 있는가? 선한 의도와 헌신만으로 공동체를 유지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자문하게 된다. 3. 별무리에서 가능할까? : 두 마리 토끼를 향한 청사진 책을 덮으며 나는 확신 섞인 희망을 품는다. 몬드라곤도 처음에는 5명의 제자와 작은 석유난로 공장에서 시작했다. 별무리 역시 10년의 역사를 가졌고, 우리 곁에는 헌신적인 동료들이 있다. 우리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차기 경영에 반영해야 할 구체적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별무리 모델' 연구팀 발족: 몬드라곤의 32가지 요인처럼 별무리 10년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고 언어화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자발적인 교사들과 함께 별무리만의 실천 방법론을 체계화하겠다. 둘째, 빌바오 MTA 방문을 기점으로 한 학습공동체 강화: 1월 방문을 일회성 견학이 아닌 지속적인 연구의 시발점으로 삼겠다. 분기별 독서 대화 모임을 통해 몬드라곤의 원리를 별무리의 맥락(Contextualization)으로 재창조하겠다. 셋째, 지역 연대 모델의 구체화: 별무리의 교육적 성과를 금산 지역사회, 공립학교와 나누는 '연대 프로젝트'를 제도화하겠다. 몬드라곤이 지역 은행과 사회보장 기구를 통해 생태계를 구축했듯, 우리도 지역과 공생하는 모델을 만들겠다. 넷째, 시스템과 사람의 조화: 피터 센게의 시스템 사고와 호킨스의 팀코칭을 도입하되, 그 중심에 '교사의 성장'을 두겠다. 개인의 숙련이 조직의 비전이 되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나가며: 60년의 여정을 시작하며 몬드라곤이 60년의 길을 걸어왔듯, 별무리도 이제 막 출발선을 지났다. 호세 마리아 신부가 보여준 '사람에 대한 신뢰'와 몬드라곤 구성원들이 증명한 '제도적 치열함'이 만날 때, 별무리는 비로소 한국 교육의 대안을 넘어 새로운 표준(Standard)이 될 수 있다. 당장 내일부터 나는 교사 한 명 한 명의 꿈에 귀를 기울이는 대화를 시작하려 한다. 그것이 호세 마리아 신부가 2,000개의 공부 모임을 이끌었던 그 마음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50년 후, 누군가 『별무리는 어떻게 두 마리 토끼를 잡았나』라는 책을 쓴다면, 지금 우리가 내딛는 이 작은 실험들이 그 책의 가장 빛나는 첫 장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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