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우리는 팀인가 : 피터 호킨스의 『리더십 팀코칭』 독서 에세이(by 조코)

박한배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우리는 팀인가 : 피터 호킨스의 『리더십 팀코칭』 독서 에세이 10개월간 팀코칭 프로그램을 이수하며 피터 호킨스의 『리더십 팀코칭』은 나에게 단순한 필독서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책을 펼친 순간부터 "당신의 팀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이해관계자들에게 실제로 어떤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가?"라는 불편하지만 본질적인 질문들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별무리고등학교 교사팀의 교감으로서, 이 질문들은 조직 운영의 기술을 넘어 우리 교육의 실존적 이유를 묻는 것이었다. 1. 우리는 누구를 위해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가? 호킨스가 강조하는 '시스템적 팀코칭'의 핵심은 팀을 내부의 역동에만 가두지 않고, 외부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재정의하는 것이다. 팀의 성공은 구성원 간의 화목함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에게 얼마나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느냐로 측정된다. 이 대목에서 나는 깊은 자기반성을 하게 되었다. 별무리고등학교 교사팀의 가장 핵심적인 이해관계자는 두말할 나위 없이 학생들이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고교학점제를 안착시키고 500여 개의 강좌를 개설하며 '개별화 교육과정'의 성과를 자부해왔다. 그러나 "그 시스템 속에서 학생들은 진정으로 성장하고 있는가?", "기독교적 세계관을 삶으로 체화하고 있는가?"라는 질문 앞에선 당당하기 어려웠다. 우리는 어쩌면 '시스템의 원활한 운영' 자체를 성과로 착각하며 안주해온 것은 아닐까. 수강신청이 문제없이 진행되고 대학 진학 실적이 나쁘지 않다는 지표 뒤에, 여전히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거나 입시라는 현실적 굴레에 묶여 있는 학생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호킨스의 관점은 우리 교육과정이 단순히 '좋은 시스템'으로 존재하는 것을 넘어, 학생 개개인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냉정하게 돌아보게 한다. 나아가 호킨스는 조직이 속한 더 큰 시스템, 즉 교육 생태계 전반을 바라보라고 권한다. 별무리의 노하우가 한국 교육 전체에 어떤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가? 혹시 우리라는 작은 섬 안에서의 성공에 만족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앞으로 공립학교와의 협업이나 지역사회 연계 프로젝트를 통해 별무리의 지혜를 더 적극적으로 흘려보내야 한다는 부채감을 느낀다. 2. '5가지 대화'로 설계하는 별무리 교사팀의 로드맵 호킨스가 제시한 팀코칭의 '5가지 대화 모드'는 우리 학교가 나아가야 할 구체적인 이정표가 되어주었다. 위임임(Commissioning): 우리는 누구로부터 이 사명을 부여받았는가? 표면적으로는 이사회와 교장이지만, 본질적으로는 하나님으로부터 '다음 세대를 제자로 양육하라'는 소명을, 학부모로부터는 '아이의 온전한 성장'이라는 신뢰를 위임받았다. 교사 개개인이 이 '위대한 의뢰'를 팀의 공통 사명으로 얼마나 명확히 인식하고 있는지가 팀 학습의 시작점이다. 명료화(Clarifying): 핵심 가치인 '제자도, 공동체, 소명, 샬롬'을 슬로건을 넘어 구체적인 비전으로 시각화해야 한다. "3년 후 별무리는 어떤 모습일까?", "졸업생들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해 있을까?"라는 질문을 함께 나누며, 파편화된 개인의 비전을 하나의 거대한 그림으로 정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공동 창조(Co-creating): 비전을 향해 '함께 일하는 방식'을 정립해야 한다. 그동안 관성적으로 운영되던 회의와 의사결정 방식을 점검하고, 갈등을 다루는 방식과 서로의 강점을 활용하는 협력 모델을 명시적으로 합의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센게가 말한 '팀 학습'의 실천적 형태다. 연결(Connecting): 학교 내부를 넘어 외부 이해관계자와의 접점을 넓혀야 한다. 금산 지역사회와의 연계 프로젝트나 공립학교 선생님들과의 공동 연수처럼, 교육과 지역이 만나는 지점을 더 많이 창출해야 한다. 핵심 학습(Core Learning): 팀으로서의 정기적 성찰이 필요하다. 학생들에게 성찰 일지를 강조하듯, 교사팀 역시 분기마다 우리가 창출한 가치와 협력의 질을 돌아보아야 한다. 집단적 성찰이 일상이 될 때 별무리는 비로소 '학습하는 조직'으로 완성될 것이다. 나가며: 팀으로 배우고 성장하는 학교를 꿈꾸며 호킨스의 통찰은 팀코칭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팀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묻는 철학임을 보여준다. 별무리 교사들은 개개인으로서 매우 헌신적이지만, 이제는 '헌신적인 개인들의 모임'을 넘어 '공유된 목적을 향해 함께 배우는 팀'이 되어야 한다. 내년에는 교사 워크숍을 호킨스의 '5가지 대화 모드'에 따라 설계해 보려 한다. 한 학기에 한 단계씩 차근차근 밟아가다 보면, 우리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팀인지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 학생들에게 자기주도학습을 권하기 전에 교사들이 먼저 '자기주도적 팀 학습'의 모델이 되어주고 싶다. 별무리고등학교가 혁신적인 제도를 넘어, 교사들이 진짜 팀으로 배우며 성장하는 살아있는 교육 공동체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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