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함께 어디로 가고 있는가 : 피터 센게의 『학습하는 학교』 독서 에세이(by 조코)
박한배
우리는 함께 어디로 가고 있는가
: 피터 센게의 『학습하는 학교』 독서 에세이
이 책은 동료인 개밥바, 지니와 함께한 새벽 독서 모임에서 함께 읽었다다. 겨울 새벽의 차가운 어둠 속에서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책장을 넘기던 그 시간들이 기억에 선하다. 세 사람이 번갈아 읽은 내용을 나누며 "이거 딱 우리 이야기 아니에요?"라고 웃음 짓던 순간들은 배움의 기쁨 그 자체였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600페이지가 넘는 이 방대한 양의 책을 완독하지는 못했다. 중요한 장들을 골라 읽고 나머지는 흐름을 파악하는 수준이었지만, 읽는 내내 확신이 들었다. 이 책은 한 번 읽고 서가에 박제해둘 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교육과정을 설계할 때, 교사 회의가 교착 상태에 빠질 때, 학교의 본질을 재점검하고 싶을 때 언제든 꺼내 보아야 할 '현장의 바이블'과도 같았다.
책의 첫 장에서 마주한 질문은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당신의 학교는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그리고 그곳으로 '함께' 가고 있습니까?" 별무리고등학교는 지난 10년 동안 고교학점제를 운영하며 제자도, 공동체, 소명, 샬롬이라는 가치를 향해 쉼 없이 달려왔다. 그러나 과연 165명의 학생과 30여 명의 교사가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가? 센게는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리기보다, 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곧 '학습'임을 일깨워주었다. 특히 공유 비전, 대화, 팀 학습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는 별무리의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 되었다.
1. 공유 비전: 우리가 진심으로 열망하는 학교의 모습
센게는 공유 비전이 없는 학교를 '나침반 없이 항해하는 배'에 비유한다. 중요한 점은 비전이 교장실에서 일방적으로 하달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진정한 공유 비전은 구성원 개개인의 비전이 대화를 통해 만나고, 공명하며, 하나의 거대한 그림으로 수렴될 때 비로소 창발한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별무리의 핵심 가치들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그것들을 다소 추상적으로 느꼈다. 모두 좋은 말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학교를 만들자는 것인지 손에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사마다 이 가치를 해석하는 온도 차도 컸다. 누군가에게 '공동체'는 모두가 동일한 활동을 하는 결속력을 의미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각자의 고유함을 존중하며 연결되는 느슨한 연대를 의미하기도 했다.
센게가 강조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우리는 같은 단어를 쓰면서도 서로 다른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정말로 원하는 학교는 어떤 모습인가?"라는 질문을 더 진지하고 빈번하게 나누어야 한다. 작년 신규 교사 연수 때, 선생님들이 시스템 설명보다 '우리가 꿈꾸는 학교'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더 갈망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어쩌면 우리 자신도 그 비전을 충분히 언어화하고 공유하지 못했기에 선뜻 답하지 못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다음 워크숍에서는 '10년 후 별무리의 평범한 하루'를 상상해 글로 써보는 활동을 제안하고 싶다. 학생들의 활동, 교사들의 움직임, 교실의 풍경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나누다 보면, 우리가 공통으로 그리는 지향점이 무엇인지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차이조차도 공유 비전을 견고하게 만드는 소중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2. 대화: 서로의 가정을 탐구하는 기술
책에서 가장 통찰력이 돋보였던 부분은 '대화(Dialogue)'와 '토론(Discussion)'의 구분이었다. 토론이 여러 의견 중 하나를 선택해 결론을 내는 과정이라면, 대화는 함께 새로운 이해의 지평에 도달하는 과정이다. 새벽 독서 모임에서 "우리 회의 중에 진짜 대화가 얼마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흘렀던 씁쓸한 침묵이 기억난다.
우리 교사 회의는 대개 안건 중심의 토론으로 흐른다. 효율적이지만, 교육 철학이나 방향성처럼 깊이 있는 탐구가 필요한 주제조차 투표나 절충안으로 서둘러 매듭짓곤 한다. 지난 학기 '학생 자율성'에 관한 회의가 대표적인 사례다. 규칙 강화와 자유 확대라는 상반된 입장은 결국 각자의 논리를 옹호하는 데 그쳤고, 근본적인 질문들—자율성의 본질은 무엇인가, 책임은 어떻게 배우는가—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센게가 말하는 대화는 누가 옳은가를 가리는 게임이 아니다.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어떤 고정관념(가정)을 품고 있는지 함께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판단 보류'와 '이해를 위한 경청'이 필수적이다. 한 학기에 한두 번이라도 결론을 내지 않고 오로지 질문만 주고받는 시간을 갖는다면, 우리가 얼마나 급하게 결론에 도달하려 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이러한 긴 호흡의 대화가 쌓일 때, 오히려 나중에 더 빠르고 현명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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