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은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다 : 쿠제스와 포스너의 『리더십 챌린지』 독서 에세이(by 조코)
박한배
리더십은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다
: 쿠제스와 포스너의 『리더십 챌린지』 독서 에세이
제임스 쿠제스와 배리 포스너는 30년 이상의 연구를 통해 탁월한 리더들에게서 공통된 행동 패턴을 발견했다. 그들이 제시하는 '모범적 리더십의 5가지 실천(Five Practices of Exemplary Leadership)'은 리더십이 타고난 자질이 아니라 학습 가능한 행동의 집합임을 보여준다.
모범을 보여라(Model the Way): 가치를 명확히 하고 행동으로 증명한다.
공유 비전을 고취하라(Inspire a Shared Vision): 공동의 열망에 호소하여 미래를 함께 그린다.
과정에 도전하라(Challenge the Process): 현상 유지에 안주하지 않고 실험하며 배운다.
다른 사람이 행동하게 하라(Enable Others to Act): 신뢰를 바탕으로 권한을 부여(Empowerment)한다.
마음을 격려하라(Encourage the Heart): 개인의 기여를 인정하고 함께 축하한다.
이 책의 핵심 통찰은 "리더십은 지위가 아니라 관계"라는 것이다. 리더십은 사람들이 평범함을 넘어 비범한 성취를 이루도록 돕는 역동적인 관계 속에서 탄생한다.
관리자를 넘어 리더의 길로
책을 읽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5가지 실천 원칙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과연 리더인가, 아니면 관리자인가?"라는 질문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별무리고등학교의 교감으로서 나는 그동안 고교학점제 시스템이 차질 없이 돌아가게 하고, 당면한 행정적 문제를 해결하는 '관리'에 치중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관리도 중요하지만, 리더십은 시스템 이면의 '사람'이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도전하도록 영감을 주는 일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1. 모범: 나는 어떤 가치를 '살아내고' 있는가
쿠제스의 첫 번째 원칙인 '모범을 보여라'는 리더의 언행일치를 강조한다. "사람들은 당신의 말이 아니라 당신의 발걸음을 본다"는 문장은 뼈아픈 성찰을 안겨주었다. 별무리의 핵심 가치인 제자도, 공동체, 소명, 샬롬을 나는 일상에서 얼마나 투영하고 있는가?
학생들에게 자기주도학습을 강조하면서 정작 나 자신은 배움을 멈춘 것은 아닌지, 공동체를 말하면서 정답을 정해놓고 교사들을 설득하려 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본다. 리더십은 말의 화려함이 아니라, 회의에서의 경청, 실수를 인정하는 용기, 배우는 자세 같은 작은 행동들에서 시작됨을 잊지 않으려 한다.
2. 공유 비전: '나의 꿈'을 넘어 '우리의 열망'으로
그동안 나는 별무리의 비전을 설명하고 '전파'하는 데 공을 들였다. 하지만 쿠제스는 리더의 역할이 비전을 파는(selling)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내면에 잠재된 열망을 발견하여 이를 하나의 그림으로 엮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는 질문을 바꾸려 한다. "내가 그리는 학교"를 말하기보다 "선생님들이 꿈꾸는 별무리는 어떤 모습인가요?", "5년 후 이 교정에서 어떤 보람을 느끼고 싶으신가요?"라고 물어야 한다. 비전이 리더십팀의 전유물이 아닌 교사 개개인의 꿈과 공명할 때, 비로소 학교는 강력한 추진력을 얻게 될 것이다.
3. 도전: 작은 승리(Small Wins)의 힘
별무리는 10년 전 고교학점제라는 거대한 도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거둔 '작은 승리'들을 충분히 축하했는지는 의문이다. 큰 목표에만 매몰되면 구성원들은 지치기 쉽다. 교실 안에서의 작은 실험, 동료 간의 깊은 대화, 학생 한 명의 변화와 같은 지점들을 포착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실패에 대한 태도 역시 중요하다. "실패해도 괜찮아"라는 말이 학생뿐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안전망이 되어야 한다. 한 달에 한 번, 성공과 실패에 상관없이 각자의 실험과 배움을 나누는 '실험 공유의 장'을 만든다면, 학교는 더 역동적인 혁신의 공간이 될 것이다.
4. 임파워먼트: 통제가 아닌 신뢰의 증거
"이건 제가 처리할게요"라는 말이 때로는 효율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동료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독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진짜 리더는 자신이 돋보이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사람이다.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되 방법은 교사들의 자율에 맡기는 것, 필요한 정보와 자원을 아낌없이 공유하는 것, 그리고 실수를 학습의 기회로 보장하는 것. 이러한 임파워먼트를 통해 교사들이 각자 교육과정의 주인이 되도록 돕는 것이 나의 진정한 역할이어야 한다.
5. 격려: 세심한 시선이 만드는 에너지
교사들은 매일 감정 소모가 큰 노동을 수행한다.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의례적인 인사보다 "그 학생에게 해주신 세심한 피드백이 감동적이었습니다"라는 구체적인 인정이 필요하다.
쿠제스가 제시한 '인정의 기술'을 실천해보려 한다. 진정성 있고 즉각적이며, 학교의 가치와 연결된 구체적인 감사를 나누는 것이다. 회의 시작 전 5분, 동료의 수고를 공개적으로 축하하는 작은 의식이 별무리의 온도를 1도 더 높여줄 것이라 믿는다.
나가며: 리더십은 우리 모두의 권리이자 의무다
책을 덮으며 내린 결론은 명확하다. 리더십은 교감이라는 직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맺는 모든 '관계'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또한 리더십은 나 한 사람의 짐이 아니다. 모든 교사가 각자의 자리에서 학생들을 이끌고 동료를 격려하는 리더다.
다음 학기 워크숍에서는 이 '5가지 실천'을 주제로 우리 안의 리더십을 깨우는 대화를 시작하고 싶다. 별무리가 단순히 혁신적인 시스템을 가진 학교를 넘어, 서로를 세워주고 함께 성장하는 '리더십이 흐르는 공동체'가 되기를 꿈꾼다. 그 꿈을 향한 첫걸음으로, 오늘부터 나는 지시하는 사람이 아닌 격려하는 동료, 관리하는 사람이 아닌 함께 꿈꾸는 리더가 되기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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