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또라이'를 길러내는 교사인가 : 알렉사 클레이·키라 마야 필립스 『또라이들의 시대』 독서 에세이(by 조코)

박한배
나는 '또라이'를 길러내는 교사인가 : 알렉사 클레이·키라 마야 필립스 『또라이들의 시대』 독서 에세이 책을 덮는 순간, 헤르만 헤세의 서늘한 경고가 머릿속을 때렸다. "학교는 순응하는 인간을 길러낸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별무리고등학교에서 10년을 보낸 나는 진정 학생들이 자기만의 길을 개척하도록 격려했는가, 아니면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교묘하게 순응을 강요해왔는가? 『또라이들의 시대』는 이 질문을 더 날카로운 칼날로 바꾸어 놓았다. 저자들은 해적, 해커, 갱스터처럼 주류 시스템 밖의 인물들이 불가능을 가능케 한 혁신의 전략—허슬, 복제, 해킹, 도발, 방향 전환—을 주목한다. 읽는 내내 불편했고, 정직하게 말하면 두려웠다. 나는 혹시 별무리의 핵심 가치(제자도, 공동체, 소명, 샬롬)를 내세우며 "착하고, 조용하고, 말 잘 듣는" 학생만을 선호하는 안전한 교육자에 머물러 있었던 것은 아닐까? 1. 학교는 왜 '또라이'를 두려워하는가 사실을 인정하자. 학교는 시스템에 도전하는 학생을 두려워한다. 끊임없이 "왜요?"라고 묻는 학생, 정해진 커리큘럼보다 자신의 흥미에 몰두하는 학생, 교사의 설명보다 자기만의 풀이법을 고집하는 학생을 우리는 흔히 '까다로운 학생'이라 부르며 한숨을 쉰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학기, 팀 프로젝트를 거부하고 자기만의 주제를 파고들겠다던 학생을 나는 '규칙'이라는 이름으로 꺾었다. "다 너를 위한 거야"라는 말로 포장했지만, 본질은 나의 관리적 편의를 위한 강요였다. 그 학생은 어쩌면 이 책이 말하는 '창조적 아웃라이어'의 씨앗을 품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혁신을 외치면서 정작 혁신의 싹을 자르는 모순된 교사였다. 2. 별무리 2.0에 이식할 5가지 '혁신 전략' 이 책이 제시하는 5가지 원리를 별무리의 교육과정 속에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까? 이는 단순한 프로그램의 추가가 아니라 학교 문화의 근본적인 해킹(Hack)을 의미한다. 허슬(Hustle): 제한된 자원(시간, 예산, 인력) 속에서 창의적으로 돌파구를 찾는 능력이다. 학생들에게 '결핍'을 선물하고, 그것을 창의성으로 메우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복제(Copy): 단순한 표절이 아닌 '창조적 모방'이다. 몬드라곤의 모델을 별무리의 맥락으로 재해석하듯, 좋은 아이디어를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해킹(Hack): 시스템의 허점을 찾아 재설계하는 감각이다. 10년 전 별무리가 시작한 고교학점제 자체가 한국 교육에 대한 거대한 '해킹'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도발(Provoke): 당연하게 여기는 규칙에 의문을 던지는 용기다. "왜 수업은 50분인가?", "왜 교실에서만 배워야 하는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환영하는 교실을 만들어야 한다. 방향 전환(Pivot): 실패를 실패로 끝내지 않고 유연하게 전략을 수정하는 복원력이다. 우리의 프로젝트가 '완성'이 아닌 '배움'의 과정임을 증명해야 한다. 3. 혁신의 외로움을 견디는 리더십 혁신은 본질적으로 외롭다. 점수 대신 서술형 피드백을 도입하려 할 때, 새로운 평가 방식을 제안할 때 마주했던 동료들의 우려 섞인 시선들을 기억한다. "입시는 어떻게 하려고?", "전례가 없는데?"라는 말들 앞에서 나는 종종 물러났다. 설득할 자신이 없어서가 아니라, 실패에 따른 책임을 질 용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전한 길만 고집한다면 별무리는 그저 '조금 특이한 대안학교'로 남을 뿐이다. 학생들에게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하기 전에, 리더인 내가 먼저 실패의 위험을 짊어지고 나가는 '퍼스트 펭귄'이 되어야 한다. 교육은 말이 아니라 삶으로 전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4. '또라이 교육' 액션 플랜 책을 덮으며, 3년 후를 준비하는 나의 일지에 구체적인 실천들을 적어 넣는다. '또라이성' 격려하기: 수업 중 자기 방식을 고집하는 학생에게 "네 방식대로 끝까지 가봐, 내가 지원할게"라고 말해주는 단 한 명의 지지자가 되겠다. 결핍 기반 프로젝트(Hustle Project): 최소한의 예산과 시간만 주어지는 극한의 창의성 프로젝트를 개설하겠다. 내 실패의 '오픈 소스화': 교사 모임과 수업 시간에 내가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례들을 당당히 공유하겠다. 실패가 부끄러움이 아닌 학습의 자산임을 몸소 보여주고 싶다. 학교 규칙 해킹 대회: 학생들이 학교의 불합리한 규칙을 찾아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고, 실제로 반영되는 '도발'의 장을 마련하겠다. 주간 성찰 질문: 매주 금요일 저녁, 스스로에게 묻겠다. "오늘 나는 순응하는 교사였나, 도전하는 교사였나?" 나가며: 별무리는 여전히 '또라이'인가? 별무리는 10년 전,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뛰어들었던 '세상에서 가장 멋진 또라이'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혹시 안주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는 다시 '또라이 교사'가 되고 싶다. 정해진 틀을 의심하고, 학생들의 야성을 존중하며, 함께 모험하는 교사. 그런 교사들이 모여 한국 교육의 문법을 새로 쓰는 학교가 바로 별무리의 미래여야 한다. 50년 후, 별무리의 역사를 기록하는 책의 제목이 『별무리는 어떻게 창조적 혁신가들을 길러냈나』가 되기를 꿈꾼다. 그 시작은 오늘, 한 학생의 엉뚱한 질문에 "그거 재미있겠다!"라고 답하는 나의 작은 용기에서 시작될 것이다.

댓글 0

로그인하면 댓글을 남길 수 있어요.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