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논문1] 팀코칭 관점으로 보는 금산의 대금의 역할과 과제
성연 박
소논문1 : 팀코칭 관점으로 보는 금산의 대금의 역할과 과제
1. 서론 _ 지역에서 일한다는 것
나는 2011년 서울에서 금산으로 귀촌하였다. 서울 살이의 팍팍함, 왠지 모를 공허함,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지 않다는 불행감이 내린 결론이었다. 새로운 삶을 찾아온 낯선 충남 금산에서 나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를 소논문으로 정리하고 싶었다. 스스로를 오지라퍼로 자임하며 많은 기회와 사람들을 이어 엮고 연결하였다.
금산간디학교라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교육공동체는 이 활동을 늘 지지해주었고,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하는 사람들로 언제나 가득찼다. 아이들이 그랬고, 교육으로 연결된 선생님, 전문가들은 늘 새로운 상상을 하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고민들을 이어갔다. 금산간디학교 고등과정의 인턴십 교육 코디네이터로 청소년들의 진로 교육과 체험을 설계 지원하는 역할을 했고, 졸업 이후에 금산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청년들과 함께 설립한 들락날락 협동조합은 이런 다양한 이어엮기 실험의 결과이다. 이 역할들은 서로 다른 영역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역에서 어떻게 사람이 성장하고, 머물 수 있는가’라는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져 있다.
지역에서 활동한다는 것은 단순히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는 일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매개하고, 소통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흔히 사업을 하면서 마주하는 ‘리더십’이나 ‘성과’ 중심의 관점 등은 나에게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지역에서는 누군가가 앞서 끌고 가는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한 변화가 어렵다. 나는 오랫동안 이러한 긴장 속에 있었다. ‘내가 중심을 잡지 않으면 일이 굴러가지 않는다’는 생각, ‘지금 결정하지 않으면 늦는다’는 조급함, ‘이 정도는 내가 처리해야 한다’는 책임감은 어느 순간부터 나를 리더의 자리로 밀어 올렸다. 그러나 그 자리는 편안하지 않았다. 리더십에 대한 불편함은 단순한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이라는 맥락에서 작동하지 않는 리더십 모델에 대한 감각적 거부에 가까웠다.
이 글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내가 수행해온 역할을 팀코칭 관점에서 재해석하고자 한다. 특히 사람이 중심이 되는 학습의 장을 여는 역할, 커뮤니티를 만드는 역할으로서의 팀코칭적 실천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2. 본론
2-1. 지역 활동가의 역할 변화: 해결자에서 촉진자로
초기 지역 활동가로서의 나는 ‘해결자’적인 역할을 자임하였다. 문화예술교육 기획자로 시작한 지역활동은 내가 스스로 일을 만들고 예산과 일의 프로세스, 네트워크 등을 모두 스스로 만들어나가야했기 때문에 눈앞에 놓인 문제와 일들을 하나씩 처리하는 것이 곧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협동조합 운영 초기에는 속도가 중요하다고 느꼈고, 결정이 지연되면 기회가 사라질 것이라는 불안이 컸다. 그래서 회의에서는 종종 내가 결론을 정리했고, 프로젝트에서는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려 애썼다. 졸업생이자 사회 초년생들의 사회적 경험은 부족했고, 자원과 판단도 부족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것이 지역 사회와 청년들 사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번역자의 역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 방식이 가진 한계가 분명해졌다. 내가 문제를 해결할수록 구성원들은 점점 ‘의견을 내는 사람’이 아니라 ‘따르는 사람’이 되었고, 나에 대한 의존도도 커졌다.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점점 소진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팀코칭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당사자성(ownership)의 약화로 설명한다.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는 순간, 문제는 해결자의 것이 되고, 나머지는 관객이 된다.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주민, 청년, 협업자들이 문제를 자신의 것으로 인식하지 않는 한, 변화는 지속될 수 없다. 효율과 속도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도시적(?)인 속도와 스타일은 일이 되어가도록 해주었고, 나와 구성원들의 경험으로 남아 성취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다양한 구성원들의 생각을 듣거나, 질문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기 시작했다.
대안학교 교사로서 교육적 역량이 조금 더 쌓이고, 다양한 구성원들의 참여와 반영을 위해서는 이야기들을 듣고 모아가야 된다는 생각들을 하게 되었고, 교사공동체에서 먼저 질문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다양한 실험들을 통해서 듣는 태도를 잊지않으려 노력했다. 나는 점점 답을 제시하기보다 질문을 던지게 되었고, 방향을 정하기보다 대화를 열어두는 쪽을 선택하게 되었다. 속도가 느려지는 것 같아 불안할 때도 있었지만, 다양한 프로젝트와 일에서 구성원들의 말이 늘어 났고, 프로젝트에 대한 소유감, 소속감, 주인의식 등이 생기는 것을 목격하였다. 이 변화는 팀코칭에서 말하는 해결자에서 촉진자로의 이동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2-2. 금산간디학교 인턴십 코디네이터 경험과 진로 교육의 재구성
금산간디학교 고등과정에서의 인턴십 코디네이터 역할은 이러한 변화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 경험이었다. 금산간디학교의 인턴십은 단순한 직업 체험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신의 삶과 진로를 탐색하기 위한 장기적 학습 과정이다. 나는 이 과정에서 학생들을 특정 진로로 이끄는 사람이 아니라, 각자의 질문이 형성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맡았다.
인턴십 코디네이터로서의 역할은 매우 복합적이었다. 학생 개개인의 관심과 성향을 이해해야 했고, 지역의 다양한 현장과 연결해야 했으며, 학교와 현장 사이의 언어 차이를 중재해야 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인턴십 경험이 단순한 ‘경험’으로 끝나지 않고, 성찰과 학습으로 이어지도록 돕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현장에서 종종 혼란을 경험했다. 기대했던 것과 다른 현실, 관계의 어려움, 스스로의 부족함을 마주하며 흔들리기도 했다. 이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정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을 말로 풀어내도록 돕는 것이었다. 무엇이 힘들었는지, 어떤 장면이 인상 깊었는지, 그 경험이 자신에게 어떤 질문을 남겼는지를 함께 정리했다.
이 과정은 팀코칭에서 말하는 경험 기반 학습(experiential learning)과 매우 유사하다. 중요한 것은 경험 자체가 아니라, 경험을 해석하고 의미화하는 과정이다. 인턴십을 통해 학생들은 단지 직업을 체험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와 삶의 방향을 탐색하는 기회를 얻었다.
2-3. 청소년 진로 교육과 지역 정착의 연결
금산간디학교 인턴십 코디네이터 역할은 단순히 학교 교육의 연장이 아니었다. 그것은 청소년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만드는 과정이었다. 일부 졸업생들은 인턴십 경험을 계기로 금산이라는 지역을 삶의 공간으로 다시 바라보게 되었고, 실제로 지역에 머물거나 돌아오는 선택을 하기도 했다.
이 지점에서 진로 교육은 곧 지역의 지속 가능성과 연결되는 문제가 된다. 청소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는 단지 일자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그곳에서 어떤 삶을 살 수 있는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턴십은 그 상상을 구체화하는 장치였다.
나는 이 과정을 통해 지역에서의 나의 역할을 다시 인식하게 되었다. 그것은 교육자이자 코디네이터였고, 동시에 지역과 개인의 삶을 연결하는 매개자였다. 팀코칭 관점에서 보자면, 이는 개인의 성장과 팀(지역)의 학습을 동시에 다루는 역할이었다.
2-4. 팀코칭 관점에서 본 나의 지역 내 역할
들락날락협동조합 운영과 금산간디학교 인턴십 코디네이터 경험을 종합해보면, 나의 역할은 전통적인 리더나 관리자보다는 팀 학습 환경을 설계하는 사람에 가까웠다. 나는 프로젝트의 주인공이 되기보다, 사람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었다.
팀코칭에서 말하는 리더십은 통제나 지시가 아니라, 관계와 대화를 통해 집단의 역량이 발현되도록 돕는 것이다. 나는 지역에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주민과 청소년, 활동가와 전문가 사이를 연결하고, 서로 다른 언어와 속도를 조율하며, 실패와 시행착오가 허용되는 환경을 만들고자 했다.
이러한 역할은 종종 눈에 띄지 않으며, 성과로 환산되기 어렵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이 역할이야말로 지역에서 가장 필요한 리더십의 형태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3. 결론: 지역에서의 리더십은 팀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다.
이 소논문은 금산이라는 지역에서 협동조합 운영자이자 대안학교 교사로 살아온 나의 경험을 팀코칭 관점에서 정리한 기록이다. 이를 통해 나는 지역에서의 리더십이란 앞서 나가는 힘이 아니라, 함께 머물며 학습할 수 있게 하는 힘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나는 앞으로도 지역에서 답을 제시하는 사람이기보다는, 질문이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사람으로 남고자 한다. 팀코칭은 나에게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이미 현장에서 실천해온 태도와 역할을 언어화해주는 틀이었다. 이 글이 지역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하나의 참고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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