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세이 불안세대
주승훈
'불안세대'를 읽고 – 나의 경험에서 다시 읽은 불안의 본질
요즘 ‘불안’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모두가 불안을 이야기하고, 불안을 숨기고,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불안세대』를 읽으면서, 책 속의 이야기가 남의 얘기가 아니라
오래 전부터 내 안에서 같이 숨 쉬던 감정이라는 걸 깨달았다.
불안은 내가 약해서 생긴 게 아니었다.
이 시대가 우리 세대에게 부여한, 보이지 않는 짐 같은 것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 내 삶의 여러 장면—사막, 순례길, 교실, 학생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그 장면들 속에서 나는 끊임없이 “나는 괜찮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살고 있었다.
1. 불안은 개인이 아니라 ‘시대의 문제’였다
책에서는 청년의 불안은 개인의 성격이나 의지가 아니라
구조적 환경이 만든 결과라고 말한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9·7등급이었고,
경찰의 꿈은 색약 판정 하나로 무너졌다.
사업 사기를 당했던 순간엔 세상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마다 나는 늘 “내가 부족한 사람인가?”라고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불안세대』는 말한다.
“불안은 개인의 결함이 아니라, 사회가 만든 구조적 감정이다.”
그 문장을 읽는데,
사막에서 쓰러지기 직전에 느꼈던 그 두려움이 떠올랐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을 때,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순간에 사람이 가장 불안해진다는 걸
나는 이미 어디선가 경험하고 있었다.
2. 사막에서 마주한 불안의 속살
나미브 사막 250km를 달릴 때
한낮엔 온도가 54°C까지 올라갔다.
숨이 턱 막히고, 발바닥은 벗겨지고,
이대로 넘어지면 정말로 끝일 것 같은 순간이 있었다.
그때 느꼈던 감정이 바로 ‘불안’이었다.
‘두렵다’와는 조금 다른,
앞이 보이지 않는 절망 같은 감정.
책은 이 감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불안은 예측 불가능성에서 태어난다.”
맞다.
사막은 예측할 수 없었고,
나는 그 안에서 너무 작은 존재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불안을 이겨낸 건
내 의지보다 사람들이었다.
물을 나눠주던 동료,
어깨를 잡아준 낯선 러너.
불안은 혼자 싸울 수 있는 감정이 아니라는 걸
그때 처음 배웠다.
3.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다시 배운 연결의 의미
사업 사기 이후 아무 계획 없이 떠났던 산티아고 길.
그 길에서는 이유 없이 도와주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물, 빵, 숙소, 응원…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는 친절이었다.
『불안세대』는 공동체의 붕괴를
현대 불안의 핵심 원인이라고 말한다.
그 말을 읽는데, 산티아고에서 느꼈던 그 안정감이 떠올랐다.
왜인지 모르게,
“아,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감정이
불안보다 더 큰 힘을 갖고 있었다.
그 길에서 나는
불안의 반대말이 ‘용기’가 아니라
‘연결’이라는 걸 배웠다.
4. 교실에서 만난 또 다른 불안
지금 나는 학생들과 함께 걷고, 배우고, 고민하는 교사다.
아이들은 성적, 관계, 부모, 미래…
말하지 않아도 수많은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급식실에서 한 아이가
“선생님 존경합니다. 쌤 같은 어른 처음 봤어요.”
라며 울던 날이 있다.
그 말 자체보다,
그 아이가 그런 감정을 나에게 표현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더 마음을 울렸다.
책을 통해 깨달았다.
그 아이가 나를 통해 느낀 건
‘지식’이 아니라
안전감이었다고.
그리고 그 안전감은
불안을 잠재우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는 것.
5. 팀코칭과 불안: 우리는 혼자 성장할 수 없다
팀코칭을 배우면서도
나는 『불안세대』의 메시지가 계속 떠올랐다.
불안한 개인은 혼자 해결하려 할 때 무너지고,
팀은 함께 기대고, 함께 실패하고, 함께 배우며
불안을 견딜 수 있는 관계망이 된다.
해파랑길에서 학생들이 서로의 짐을 들어주고,
서로의 발표를 도와주고,
불안한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은
“혼자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버티는 법을 아는 사람”이라는 걸
나는 현장에서 계속해서 목격하고 있다.
6. 결론: 불안의 시대를 건너는 방법
『불안세대』가 말하는 핵심은 단순하다.
“불안은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우리가 잃어버린 공동체의 그림자다.”
나는 사막에서, 순례길에서,
도보여행에서, 교실에서
이 문장을 다시 확인했다.
불안한 시대를 건너는 방법은
누군가를 이기거나 앞서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기대고,
또 누군가에게 기대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이들과 걷고,
말하고, 배우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난다.
불안은 시대의 공기지만,
그 공기 속에서 서로를 붙잡고 살아가는 것이
내가 선택한 교육이고,
내가 앞으로도 만들어가고 싶은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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