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와 오징어] : AI와 N잡러 시대를 쫓다, 후천적 난독증에 걸린 나
루지 Luzy
[개인 에세이]
2년 만에 처음으로 한 권의 책을 완독했다.
마지막으로 책을 완독했던 건 2년 전, 회사를 퇴사하며 읽었던 사이먼 시넥의 『인피니티게임』 이후 였다.
그 이후로는 몰입의 즐거움을 잃어 버린 채, 당장 눈 앞의 일을 처리하기 위한 단편적인 정보만을 쫓아왔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독서하는 뇌의 중요성"과 "몰입하는 경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문득 '내가 언제 마지막으로 몰입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2년 이전의 '나'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양한 학습을 해왔다. 업무와 무관한 책 or 영화에서 조차 영감을 받아 나의 프로젝트와 연결시키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 연관성이 크지 않은 다양한 일(배관, 방제방역, 수목관리, 청년교육, DAO, 커뮤니티 등)들을 병행하며, 깊이 있게 몰입하는 경험을 잃어버렸다. 너무 많은 일과 부담에 짓눌려, 책을 통한 지식 습득 보다는 유튜브나 아티클 등에서 단편적인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고, GPT의 도움을 받아 일을 처리하는 것이 대다수가 되었다.
2년전 '나'는 코칭이나 교육을 진행 할 때 '진심으로 도전해보는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그러지 못했다. 누군가는 나를 "이 시대가 요구하는 N잡러"라고 불렀지만, 2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니 오히려 "이 시대에서 사라져야 할 N잡러"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몰두하지 못하는 일들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하며 진심으로 일하지 못했던 나와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며 "단편적인 정보에 익숙해지고, 몰입하는 경험을 잃은 나"에게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
사실 책을 읽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1문단을 읽고 나면 다른 생각에 빠져 독서의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하지만 이 책을 완독하지 못하면 다시 몰입하는 경험을 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끝까지 읽게 되었다.
소크라테스의 우려는 이 책에서 나에게 가장 큰 인사이트를 주었다.
"소크라테스의 우려는 결론적으로 말해 문자를 읽고 쓰는 능력 그 자체가 아니라 젊은이들이 아무런 지도나 비판 없이 정보에 접근했을 때 지식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걱정한 것이다. 진정한 지식의 추구란 정보를 뒤쫓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본질과 목적을 발견하는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이야기 한 것처럼, "인생의 본질과 목적을 발견하는 여정"이 아니라, 정보를 뒤쫓으며 일을 해왔던 지난 2년의 모습이 아쉽다. 그 사이 몰입하며 일하는 경험, 몰입하며 독서하는 즐거움 마저 잃어버린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다시 "독서의 즐거움"을 찾고, "삶의 본질과 목적을 발견하며 몰입하는 삶"을 되찾아 가려 한다. 『프루스트와 오징어』 이 책을 읽은 순간이 그 첫 걸음이 되면 좋겠다.
대화#1 나의 독서 습관
내가 듣고 보고 말하고 쓰는데에 어떤 감각이 작용하는지 차분히 살펴보아요. 입출력에 작용하는 감각들에 대한 명상 쯤이에요.
- 책을 읽을 때 나는 자주 다양한 상상과 생각에 빠져들곤 한다. 오랜만에 책을 읽으며 그 빈도가 더욱 늘어난 것 같다. 책을 완독했지만 집중하지 못하고 읽은 부분들이 많았다. 눈은 글자를 따라가지만 마음은 다른 곳을 헤매고 있었던 것 같다.
읽는 순간 뿐만 아니라 질문의 내용처럼 듣고 보고 말하고 쓰는 과정에서도 상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나 였으면 어땠을까?'
'우뇌'의 영역이 활발하게 작동하는 것 같다. 이전에는 상대방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듣고 나의 상상한 이야기를 말하는 과정이 많았지만 현재는 나의 상상한 것만 이야기 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든다.
읽기도 쓰기도 가벼워지는 시대랍니다. 인공지능 무한확장으로 더 그래요. 우리엑 여전히 읽는 힘, 쓰는 힘이 필요한 시대인가요?
읽고 쓰는 힘은 단순히 정보를 얻고 전달하는 기술을 넘어선 뇌의 상호작용을 통해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읽고 쓰는 것은 우리의 사고를 넓히고,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며, 우리의 내면을 깊이 성찰하게 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인공지능이 대신 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힘이라 생각합니다.
읽기 쓰기가 치유하는 역할도 한다는데, 믿을만한가요?
읽고 쓰는 활동 뿐만 아니라 무엇인가에 몰입하고 나만의 시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은 우리 삶에서 중요한 치유의 힘이라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다른 세계에 빠져들거나, 지금 이 글을 작성하는 것처럼 내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는 것 같다.
읽기쓰기 하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읽기와 쓰기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독서가 습관이 되어 있거나,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시간이 상대적으로 쉽게 마련될 수 있겠지만, 삶이 불안정하고 매일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시간을 내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라 생각한다.
내가 2년동안 읽고 쓰는것에 거리가 멀어졌던 것도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라 생각한다.
독서와 글쓰기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 중요성만을 강조하기 보다는 오히려 불안한 마음을 다독이고 정서적 안정을 찾는것이야말로 읽고 스기를 시작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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